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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긴 글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10)

늘 내 후배들에게,

하나님 나라 백성이 살아가는 삶의 길의 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


그런데,

그것은 몇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첫번째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그것이 과연, 하나님 나라의 방식인가 하는 것에 대하여 깊은 회의가 있다.

물론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이들의 삶의 모습이 타산지석이 되기도 하고, 격려나 위로 혹은 insight를 줄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삶의 모습이 어떤 소망을 주는 방식으로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걸까 하는 것에 대해 정말 깊은 회의가 생겼다.


두번째로,

내 삶의 모습이 내 후배들에게 해석 가능한 방식으로 transferrable할지 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다.

내가 정말 하나님 앞에서 신실하게 살았다 하더라도, 내 삶의 context가 다른이들과는 다르기 떼문에... 특별히 '후배'들의 context는 내 context와는 작게는 십년 크게는 몇십년의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소위 '옛날'의 경험이 후배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

삶의 모델이라는 것이 어차피 context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신앙의 선배의 모습을 따르기보다는 차라리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이 더 확실한 것이 아니겠는가!


가령 예를 들어서, 

625전쟁 직후 가난 속에서 신앙을 지켜온 신앙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감동도 있고, 존경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 선배들의 삶의 터전(context)가 지금 내 삶의 터전(context)와는 너무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분들의 삶의 방식을 내 삶의 방식으로 가져오는데에는 많은 해석과 번역작업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게 더 큰 문제는,

내가 워낙 독특해서... 내 case를 일반화하기 많이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생각, 경험 등을 일반화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세번째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삶의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이 땅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야할 모범이 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고 꾸짖고 격려하며 함께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사람을 모델로 두는 것에는 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벌써 10여년전의 일이지만.. 내가 신앙의 영웅으로 생각하는 김인수 교수님께서, 보스턴에 오셨을때, 그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그분께 많은 질문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ride를 드리면서... 이런건 어떻게 생각하시냐, 이런 문제는 어떻게 보시냐... 등등.

그런데 그중 아주 인상깊은 그분의 말씀은... 

'나는 간증하기를 즐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 삶 속에서 워낙 힘든 경험을 뚫고 살아온 스토리가 많아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자칫 사람들이 나만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P사에 있으면서,

이렇게 하면서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는 삶을 살아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만...

이제 A사에서, 어쩌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속에 나를 던져넣어... 내 스스로 모델이 되려하지 말고 동지가 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같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shallow한 사람이 무슨 role model 어쩌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