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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긴 글

초월적 세계관 (7)

현대에,

초월적 세계관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첫번째로 피상성이다.

복음이 이야기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을 좀더 깊이 곱씹어 그 의미를 체득하기 보다는,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휙~ 던져버리는...

마치 30권짜리 만화책을 만화방에서 보는 것과 같은 식으로 신앙을 다루어내는 그런 피상성은 건강한 초월성의 첫번째 적이다.


두번째로,

하나님을 경외함에 대한 무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부흥의 시기' 믿음의 선배들과 그 분들을 건강하게 해석해냈던 마틴 로이드-존스 와 같은 분들로부터 배울 것이 대단히 많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을 정말 제대로 하나님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세번째로,

매일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인식하고 그분을 바라보는 과정을 겪었다고 해서,

그분과 동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삶의 여러 여정 속에서 겪는 고통, 좌절, 회복, 소망 등등을 통해 하나님과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 과정은, 많은 경우 매우 긴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 같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것을 넘어서서, 그 하나님께서 내 삶에 관여하고 계시다는 것을 믿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사실... 이 과정이 매우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것 같이 들리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과정은, 신앙생활의 백미와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동행의 삶의 과정을 겪고 있어야 초월성을 향한 바른 갈망이 생기게 되고, 그것을 추구하며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네번째로,

shallow한 문화이다.


이건 한가지 예를 좀 들면 좋겠다.

선배중에, 유난히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분이 계시다. 그런데 이분은 결혼생활의 목표를, 행복으로 정의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대단히 불행한 부부생활을 하더라도 그 가운데 '하늘이 열리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신다. 그런 과정 속에서 깊이 아내를 사랑하는 것을 배워나가야 한다고.

그런데... 이 선배의 부인은, 오랜 우울증(depression)에 시달리고 계시다.


이 선배의 결혼생활의 여정을 상상해 보면 대충 이랬을 것 같다.

'건강한 신앙으로 이루어진 가정'이라는 핑크빛 꿈을 가지고 결혼을 했다. 그것도 예수 잘 믿는 사람을 만나서.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이 아내가 우울증 때문에 대단히 어렵다. 감정의 기복등을 감당해내는 것도 어렵고 우울증에 따른 육체적 증상들도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신앙으로 많은 사람들을 섬기겠다고 했던 이 선배의 웅장한 '비전'도 마치 이 아내때문에 좌절되는 것 같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또, 나는 내 아내를 이렇게 사랑하니까 이 모든 것을 꿋꿋하게 버티면서 끝까지 의지적으로 사랑을 지켜나가야지...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오래 그렇게 힘든 결혼생활을 지내가면서,

하나님과 씨름도 많이 하고,

자신의 죄인으로서의 모습도 많이 발견하고, 그래서 아파하면서 기도도 하고...

아내를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인격으로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조금씩 배워나갔을 것이다.


나는 이 선배가 얼마나 지금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이 선배가 정말 '거룩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인관계라는 신비한 연합을 통해, '하늘이 열리는' 초월을 경험하고...

그 초월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사랑'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이걸 너무 쉽게,

상담이라는 미명하에...

정답을 prescribe하는 식의 접근은,

초월과 신비를 통해서만 얻어낼 수 있는 경지를 영영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road block이 아닐까.


그런의미에서,

나는 현대 복음주의의 shallow함과 가벼움이 몸서리치도록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