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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각, 짧은 글

R 아저씨

내가 지금 있는 직장은,

Lenovo가 acquire한 start-up company 이다. 


7년전 자금 흐름이 여의치 않아 문을 닫았다가, 7년만에 Lenovo가 그 기술을 이용하려고 acquire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그룹에는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어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은 R 아저씨이다.

우리 그룹에서 "사무"를 담당하고 계신 분인데...  60대인 인도 아저씨다.

사람은 참 좋다. 늘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상냥하고 친절하다. 


그런데,

나는 정말 이 아저씨 스타일하고 잘 안맞는다. -.-;


회사에서 정말 일이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으면, 와서 주말은 어떻게 지냈느냐, 자기는 손녀와 함께 잘 쉬었다...는 식의 인사를 10분씩 하고 간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어서 아무래도 빠릿빠릿한게 많이 떨어진다.

뭔가 사무관련된 일 하나를 부탁하면 제때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꼭 내가 두번 세번 가서 다시 확인해야한다.

단순한 것도 몇번씩 설명을 해 드려야 겨우 이해를 하신다.


최근에는, 독일로 보내야하는 중요한 sample 하나를 홍콩으로 보내는 바람에, 내가 완전히 panic이 된 일도 있었다. 분명히 내가 이메일로 그 package는 독일로 가능하면 빨리 보내야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 아저씨는 어떻게 된 일인지 그걸 홍콩으로 보내버렸다. -.-;

덕분에 거의 3만불 정도를 날려버릴 뻔 했는데... 내가 이리로 저리로 전화를 해가며 겨우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완전히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아니, 도대체 왜 이 회사는 저런 아저씨를 계속 데리고 있는 걸까. 더 일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말이야. 저 아저씨가 일을 조금만 더 잘하더라도 우리 그룹의 productivity가 훨씬 더 좋아질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는...

이렇게 극도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더듬거리며 일하고 있는 이 아저씨를 조금 더 품고 있어줄 여유가 없는 걸까.

정말... 나는...

결국 이런 아저씨는 효율성이라는 이름하에 퇴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 아저씨보다 더 일 잘하고 성실한 젊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을 놔두고 이 아저씨가 버벅거리는 것을 참고 있는 것이 과연 능사일까.


뭐 내가 이 아저씨를 어떻게 할만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 이 아저씨에게 어떤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R 아저씨를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은 그냥 단순한 Christian hospitality의 issue가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