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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각, 짧은 글

성탄 묵상

몇년 전 부터, 성탄 시즌에 가장 많이 묵상하게 되는 단어는,
소망(hope)이다.

그래서인지,
누가복음 2장 후반부에 나오는 시므온(Simeon)의 기도 중에서,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시는 대로 종을 편안히 놓아주시는 도다" 라는 기도가 그렇게도 마음을 울린다.

예수의 탄생과 함께, 헤롯은 유아들을 대량으로 학살했다.
예수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십대 소녀에게서 태어난, 사회적으로보면 사생아였다.
그로인해 마리아가 어쩌면 가지고 있었을 인생의 꿈이나 계획은 다 망가지고 만다.
예수의 탄생 속에서 모든 '영광스러움'은 하늘로부터 주어지지만, 그 영광을 받아들이는 이 땅의 요소들을 그야말로 구질구질하기 그지 없다.

왜 복음서는 이렇게 예수의 탄생을 '구질구질하게' 묘사하고 있을까?

그것은,
예수께서 태어나시는 세상의 모습이 그렇게 망가진, 구질구질한, 찌질한 세상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 망가진 세상 속에 오셔서, 그 망가진 세상의 일부가 되어버리시는 예수의 성육신.

성탄의 시즌에,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세상을 바라보며 울고,
그러나 그 세상에 소망이 선언되었음을 기뻐하고,
그리고 그 어그러진 세상에 삶과 행동과 선포로 그 소망을 나누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