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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각, 짧은 글

엘리트!?! - 덧붙여서

주말동안, 지난 금요일에 썼던 내용을 곱씹어 생각해 보았다.

'내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뭐랄까 너무 objective하게 써서 뭔가 제대로 내 고민이 풀어진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또,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적이 별로 없었구나 하는 사실에 나 스스로 많이 놀라기도 했다.


내 이야기를 풀자면 이렇다.


나는 꽤 어릴때부터 나를 '엘리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늘 공부를 잘했고, 소위 반장 같은거 안빼먹고 계속 햇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늘 리더였다.

고등학교, 대학을 거치면서 그런 나 자신에 대한 평가는 더 견고하게 되었다.


사회적 교육의 영향이었을까, 부모님의 가르침이었을까...

나는 내가 가진 엘리트로서의 지위를 이용해서 세상에 이롭게 하도록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나, 엘리트, 사회에 대한 책임.... 이것이 내게는 계속 하나로 엮여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복음을 알게된 후에 생겼다.

내가 기존에 생각하던, 사회적 책임을 지는 엘리트라는 framework이, 내가 새롭게 받아들인 복음에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급격히 나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엘리트에 대한 생각을 포기하고 고쳐나가는 작업을 했지만, 그와 함께 내 '커리어'의 차원에서보면 엘리트로서의 조건을 더 많이 쌓아나가는, 어찌보면 이율배반적인 path를 계속해 나갔다. 영역주권론에 근거하여, 엘리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약간 다시 귀를 기울이며 내 학업/전문성의 이유를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개혁주의적 세계관에 근거한 영역주권론 자체에 일부 회의를 갖게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전반적으로 엘리트로서 내 책임에 대해 비중을 두기보다는, 같은 시대에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의 연대성을 갖는 것에 비중을 두고 내 직장생활, 전문분야 활동을 해왔다. 그런 생각 때문에, irreversible한 직업상의 선택을 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아닌 사람과 나를 동일시 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이 깨닫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내 background (학력, 경력, 능력 등등) 때문에, 나는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과 같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나보다 낮은 학력이나 경력을 가지는 사람들보다 내가 우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core belief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아닌 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역사를 엘리트가 만들어 가느냐, 대중이 만들어 가느냐,

역사와 사회 속에서 엘리트가 감당해야하는 역할은 무엇이냐...

그런 거창한 scale의 질문을 던지면서 해답을 찾으려 하면 좀 막막한데,

실제 그런 질문이 현실적인 고민이 되는 내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질문에 답을 찾으려하니, 여전히 막막하긴 하지만, 막연하지는 않다. ^^


적어도 현재까지는,

엘리트주의 혹은 반엘리트주의 양쪽 극단에 다 치우치지 않고,

그때그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면서 self-positioning을 해나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