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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긴 글

내가 A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며 했던/하는 생각들 (12)

해적선 선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민우맘'의 댓글에, 바로 답을 쓰려다가...

그래도 여기 이렇게 좀더 잘 풀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솔직히 말해서,

A사가 business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다.

벌써 내가 하고 있는 일들 가운데에는, 그걸 '죄'라고 여길 일은 아니지만... 그냥 원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하도록 요구받는 것도 있다.


그런데,

왜 A사에 들어가서 일하느냐고?


음... 솔직히 말하면,

A사에서만 내게 월급을 주고 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


예전에,

내가 기독교 정복주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을때엔,

그러니까 나가서 해적선을 거부하고 그것을 바꾸어 개혁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 관점에 대해서는 몇가지의 어려움이 있다.


첫째로, 해적선을 개혁해 낼만한 힘이나 실력이 내게 없다.

사실 이게 내가 P사에 있으면서 난관에 부딛혀가며 느낀 것이다.

정말 실력이 부족해서 좋은 뜻을 펼치는데 실패했다고 느끼고 있다.

정말... 내가 실력이 출중해진다고 하더라도, 내가 system을 개혁할 힘이 과연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나 회의가 많이 생겼다.

그래서 실력을 기르기위해, market place의 language를 배우고, 그 business 방식을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생겼다.


둘째로,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해적선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제가 해적선이라고 한다면... 그럼 그 대안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음...

사실 나는 그 대안으로 P사와 같은 것을 시도해 보았는데, 내안에서 충분히 소화되고 정리되지 않은, 설익은 논리와 생각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냥 좋은 의지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 셈이다.


나 같은 사람은 그래도 상황이 좀 더 낫지. 

그저 악덕기업에서 일하는 것 이외에는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세상엔 참 많은데... 그 사람들에게 그 해적선을 거부해라, 해적선을 뒤집어 엎어라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배부른 사람들의 무책임한 언사가 아니겠는가... 뭐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세째로, 좀 더 근본적인 생각인데,

해적선이라는 system을 바꾸는 일을 하는 주체가 사람인가 하나님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system을 바꾸는 일은 사람에게 주어진 일이 아닌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선지자적 비관론'같은 입장을 가지고 꾸준히 끊임없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네째로, 지금 이 시점에서, 

여러가지 정황등을 살펴 보았을때,

하나님께서는 내게 system을 바꾸는 일 보다는,

그 system을 배우고 그 system 안에서 배우도록 인도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강하다.


market place의 language를 배우기에는...

A사가 참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참 겁도 많이 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