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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긴 글

나의 2013 새해 바람 (18)

지난 수년간,

내가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제는 '복음주의자'의 label을 나 자신에게 붙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왜 그러냐고?


우선, 일반적으로 '복음주의자'라고 이야기되는 사람들의 주장에 나는 별로 동의하기 어렵다. 정치와 종교를 결합시켜놓은 것이라던가, 배타적 전투성, 반지성적 태도 등은 특별히 나를 많이 불편하게 만들었었다. 

그래, 그들이 '복음주의자'라는 딱지를 갖고 싶어한다면, 가지라고 그래. 적어도 나는 저들이 믿는 것과는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 내가 복음주의자라는 딱지를 버리지 뭐.

뭐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것 이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내게 의미있기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복음주의가 풀어내지못하는 인간 본연의 문제들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가령,

주님을 잘 따르고자 살아가지만 어쩌다가 심한 우울증에 걸려 힘들어하는 연약한 사람의 고통을, 복음주의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세상 속에서 버겁게 살아가면서,

정복이냐, 변혁이냐, 분리냐, 순교냐 하는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복음주의는 여전히 할 말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럼 해결책/대안이 뭐냐고?


나도 당연히 모른다.

다만, 복음주의의 좁은 바운더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고나 해야할까.


아, 나는 물론 (건강한) 복음주의자들이 믿는 것을 깊이 믿고 따른다. 아마 내가 주님을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내게 중요한 신앙고백의 핵심이 될 것이다.

다만... 그것보다 더 무엇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