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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긴 글

Leaving the Big A (10)

Apple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1. 우선 그 체제에 완전히 순응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내가 취하기 참 어려운 것이었다.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신앙과 신념에 배치되는 것이 너무 많았다.


2. 아니면, 그 체제 내에서 반체제 인물, 주변인으로 남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이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런 반체제 인물은... 그냥 도태되고 퇴출되게 되니까.


3. 그 체제 내에서,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한편 체제에 순응하기도 하고, 다른한편 점차적으로 그 체제를 작은 구석부터 바꾸어 나가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것이 전체를 바꾸지 못한다고 해도, 작은 변화에 의미를 두고. (선지자적 비관론이라고나 할까.)

아마 이것이 10년전의 나라면 적극 지지했을 입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정말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까... 그런 후회와 생각이 많이 남는다.


4. 그렇지 않으면 그 체제를 포기하는 일이다.

Obviously, 나는 그런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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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겉으로는 윗 사람들에게 잘 하면서, 

너무 쉽게 분노하거나 confront 하지 말고,

차근 차근 실력을 키워가면서...

아주 길~게 보고.... 조금씩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변혁을 모색하는...

그런 접근은 왜 내게 불가능한 것 같이 느껴졌을까?


우선,

당장은 그냥 그 생활이 힘들고 싫었다. 대단히 이기적인...


그러나,

또 한가지는,

그렇게 속으로 다른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아닌척 하는..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이 정말 무지막지하게 힘들었다.


사실 나는,

원래 그런걸 대단히 잘 하는 사람이었다.

어른들이나 윗 사람들에게는 마음에 없는 말도 잘 하고...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을 대할때 manipulative 하게 대하는 성향이 큰 사람이었다.


신앙을 가지고 나서,

그런 내가 몸서리치게 싫었다.

많이 기도하고, 묵상하고, 노력하면서...

좀더 Yes to be Yes, No to be No 인 사람이 되고자 소망했다.

이제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 정말 많이 그렇게 바뀌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러면서 나는,

사람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혹은 긴 시간을 두고 인내한다는 차원에서,

속과 다른 얼굴을 하는 skill 자체를 많이 잃어버리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쩌면.. 이런 체제 속에서 '성공'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 감사했지만,

한편... 막막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나는... 더 이상... 이런 세상 속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