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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긴 글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작년이었던가요, 제가 어떤 지방에 가서 다른 교회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gpKOSTA를 마치고 제가 아는 어떤 분이 담임목사님으로 계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것이었습니다. 그 목사님께서 제게 주일 예배에서 간증해 달라고 하셨는데, 저는 제 간증을 하는 것을 늘 불편하게 생각할 뿐 아니라 간증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어서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그 목사님께서 워낙 완강하게 말씀하셔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간증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형편없는 간증 동영상이 제 아내에게 입수된 것이었습니다. 제 아내는 그 간증을 듣더니 다시는 다른 곳에 가서 이렇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도 듣기 어려웠다나요.

그 간증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다.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 공허함이 있었다. 예수님을 만난 이후에 그 공허함이 해결되었다. 그 이후에 하나님께서는 내가 잘했던 공부를 어렵게 하심으로써 내가 하나님 나라 백성다움을 갖추어나갈 수 있게 해 주셨다.’

제 아내가 문제로 삼은 것은 간증의 전반부였습니다. 소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식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반감만 주기 쉽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아내의 생각이 맞습니다.

eKOSTA에서 제게 ‘직장생활’에 관한 글을 써 보라고 권유했을 때, 저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직장 생활을 하는 여러 가지 고민과 기쁨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이야기가 마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와 같은 식으로 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깊이 하지 않은 채 글쓰기를 허락한 것 같다는 우려가 그 후에 닥친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미국에서 소위 ‘명문학교’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직장’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일하였고,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실리콘 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직장의 안정성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꽤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하는 내용도 소위 ‘첨단’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에서의 만족도도 매우 높습니다.

그런 제가 제 사는 이야기를 쓴다면 여러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이렇게 미리 언급해둠으로써, 제가 엘리티시즘을 추구하는 것이라든지, 혹은 제 자랑을 하려고 글쓰기를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은 것인데, 제대로 전달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겠으나, 이런 자기소개와 변명이 뒤섞인 애매한 글로 제 eKOSTA 글쓰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제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제 스스로 제 생각을 정리해볼 기회를 얻기 원함도 있으나, 무엇보다 다른 분들의 충고와 조언, 질책과 코멘트를 듣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인터렉티브한 대화가 오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ttp://www.ekost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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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eKOSTA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주에 하나... 적어도 두주에 하나 정도는 쓰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했는데, 자꾸만 글쓰기를 미루게 된다.
앞으로는 가능하면 매주 월요일은 eKOSTA 글로 여기 내 블로그에 올리겠다고 결심하고 해야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아...
일단 처음 두편을 여기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