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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각, 짧은 글

'정상적인 사람들'과 함께 살기

고등학교때부터 집을 떠나 살았다.
게다가 과학고등학교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사춘기 후반부를 보냈다.

내가 과학고에 다닐 때에는, 물론 그 중에는 공부를 잘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 이외에도 '별난 아이들', 혹은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학고에 들어가는것도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지금같으면, 나는 절대로 과학고에 못들어 갔을 것 같다. ^^)

일반학교에 갔더라면 그저 그런 사람으로 묻혀버릴만 한 애들이, 과학고라는 독특한 환경에 있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우리학년 60명중 80% 정도가... IQ 155 이상이었고...
어찌보면 약간 '싸이코' 들이 모여있는 것 같이 느껴질때도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과학고 아이들만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농담, 생각 체계 등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 당시 전국에 4개 밖에 없는 과학고에서 비슷한 애들이 대학에 모였고,
소위 '일반고' 애들도 그런 분위기에 흡수되는 것 같아 보였다.

그야말로 out of nowhere에 딱 학교 하나 있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에,
(당구를 치기 위해서 금요일 밤에, 동네의 경운기를 타고 유성까지 나갔던 기억도 있다. -.-;)
일반적인 대학생활의 낭만 같은 것은 별로 없었는데,
대신 정말 '독특한' 문화를 참 많이 경험했었다.

그야말로, 과기대 (그 당시에는 KIT 였다. 한국과학기술대학) 애들만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논리, 언어들에 더 익숙해져갔다.

그 이후,
대학원 역시 그랬고,
그 이후 2년+의 직장생활도 그 연속이었다.

이런 과정을 겪었으니,
NERD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문화와 생각 밖의... '정상적인 보통사람'의 논리와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더딘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들었던 충고들 가운데 가장 날카롭다고 느꼈던 것은,
'너는 모든 사람이 다 너 같은줄 안다' 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NERD들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학교에서 학부를 마친 내 아내 조차도,
내가 '극단적인 공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내 이런 background가,
때로는 내게 도움과 힘이 되기도하지만,
많은 경우 내 생각의 체계 안에 나를 가두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