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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OSTA

하드코어 엔지니어 중학교 때 읽었던, 상대성 이론을 쉽게 설명한 교양서적 한 권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아주 짧고 쉬운 책이었는데 저는 그 책을 몇 번씩 다시 읽으며 흥분했었습니다. 사물의 근본을, 세상의 이치를 밝혀내는 물리학에 저는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은 제가 제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저는 의사가 아닌 이공계를 택했습니다.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졸업했던 대학은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제가 원하는 전공을 제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물리학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가 아님을 깨달았기 때.. 더보기
이 시대에 엔지니어로 열심히 일한다는 것 제가 자주 들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제가 그곳에 글을 쓰거나 하는 형태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거의 매일 들러서 올라오는 글들을 보곤 합니다. 그곳에는, 지금 대학생으로부터 제 나이 정도 되는 사람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나눕니다. 대부분은 공대생/공학자/엔지니어입니다. 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미싱공’이라고 칭합니다. 그 논리는, 60-70년대 한국의 경제 성장이 ‘미싱공 언니’들의 노동착취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21세기 초반 한국의 경제 성장은 현대판 미싱공인 엔지니어들의 노동착취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생활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45세면 다니고 있던 회사 나와서 뭐 하며 살지 막막해지는 현실은 40년 전 미싱공 언니들의 사정과 크.. 더보기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작년이었던가요, 제가 어떤 지방에 가서 다른 교회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gpKOSTA를 마치고 제가 아는 어떤 분이 담임목사님으로 계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것이었습니다. 그 목사님께서 제게 주일 예배에서 간증해 달라고 하셨는데, 저는 제 간증을 하는 것을 늘 불편하게 생각할 뿐 아니라 간증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어서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그 목사님께서 워낙 완강하게 말씀하셔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간증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형편없는 간증 동영상이 제 아내에게 입수된 것이었습니다. 제 아내는 그 간증을 듣더니 다시는 다른 곳에 가서 이렇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도 듣기 어려웠다나요. 그 간증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다. .. 더보기
KOSTA/USA-2009 집회를 기대하며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동민이는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 그저 군대에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에게 군대 이야기를 처음 해 주었던 동네 아저씨에게서 들은 군대는 사람이 지낼 만한 곳이 아니었다. 죽음의 위협을 느낄만한 고된 훈련, 아주 열악한 생활환경, 끊임없는 구타 등이 군 생활의 일상이었다. 그 허풍쟁이 아저씨가 해준 무용담은, 높은 절벽에서 병사들을 무작위로 떨어뜨려 살아남은 사람만 제대하게 했다든가, 정기적으로 산에 가서 곰이나 호랑이와 같은 야생짐승을 맨손으로 잡은 사람들이 진급하게 된다든가, 맨손으로 독사를 잡아 가죽을 벗기고 날로 먹도록 훈련을 받는 다든가 하는 살벌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아저씨는 큰 악의 없이 8살짜리 꼬마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더보기
KOSTA/USA-2008 연차 수양회를 기대하며 … 그렇다면, 이 땅에서 치열하게 살면서도 이 땅의 가치를 초월해서 영원을 갈망하며 살고, 한편 초월적인 가치를 가지고 살면서도 이 땅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균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비복음적 세상의 흐름 속에서 삶의 방식에 대한 ‘그 길’을 찾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해답을 누구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 … 거시적 관점에서의 헌신은 옛날 얘기? 한 달 남짓 전에 미국 서부의 어느 지역에 사는 한 동역자가 직장일로 필자가 있는 동네를 찾았다. 함께 식사를 나누고 저녁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요즘 젊은 학생 세대에게 하나님 나라와 같은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헌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제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서정적인 신앙만이 강조되고.. 더보기
KOSTA/USA-2007 연차 수양회를 기대하며 KOSTA를 섬기다 보면, “KOSTA가무엇이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KOSTA를 만난지 12년째가 되는 필자로서도 어떤 의미에서 매우 대답하기 어려운질문이다. KOSTA란 무엇일까, 무엇이 KOSTA를 KOSTA 되게 하는가. 이 질문에 대답을 하기위해 딱딱한 파워포인트슬라이드를 넘기며 설명을 할 수 있지만, 여러가지 내용을 정리해보았을때 사람들이 흔히 KOSTA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선입관과매우 다른 KOSTA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KOSTA는 집회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집회가 아닌 운동으로서의 KOSTA 많은 사람들이 KOSTA를 여름에인디애나폴리스와 시카고에서 여는 집회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KOSTA가 원래 추구하고 있는 것과 다소 .. 더보기
"반윤리적" 기독교 해적선장 이야기 어느 해적선이어느날 크게 약탈을 하는데 성공하였다. 수많은 보화와 진귀한 물건 뿐 아니라, 여러명의 아름다운 처녀들도 납치해 오는 큰성과였다. 해적선상에서 이를 축하하는 잔치가 열렸다. 잔치가 한참 무르익었을 무렵, 선원 몇 명이 해적선장 앞에 아리따운 처녀몇 명을 데리고 왔다. 재미있게 한탕 놀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때 해적선장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네 이놈들, 너희들은 내가결혼을 소중하게 여기는 크리스천임을 몰랐단 말이냐! 나는 결코 이 여자들에 손대지 않을 것이다!” 그날 밤 해적선장은 잠자리에들기 전, 무릎을 꿇고 자신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이 이야기는 복음주의권에서 자주 회자되는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신실한’ 신자들의 모습을, .. 더보기
The Passion of Christ -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상상력? 대히트를 친 영화 The Passion of Christ 영화에 대한 평가가 대단하다. 교회에서도 그 시리즈의 설교가 계속되고, 그 영화를 기초로한 성경공부 교재들이 나오는가 하면 전도용으로 이 영화가 사용될 기대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것을 자수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영화를 보다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참 잘 만들어진 영화인가보다. 나는 보고 싶지만... 여태껏 여러가지 사정이 되지 않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이 영화의 대 성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의 소위 '거룩한 상상력'에 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보이는 반응은 대부분, 그리스도의 고난을 매우 생생하.. 더보기
기독유학생의 엘리트주의 유학을 한다는 것, 전혀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 자신을 던져 더 나은 학업환경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모험을 감수하는(risk-taking)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학을 나온 유학생들 가운데에서 그러한 모험 감수(risk-taking)를 하고서도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찾아나선, 적극적, 진취적, 모험적 엘리트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그러한 허들을 뛰어 넘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성향을 가진 유학생들이기에 그들이 보이는 삶의 방식과 태도도 그들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 그것은 그들이 매우 목표 지향적이고 성공 지향적이며 행동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학위'로 상징되어 질 수 있는 어떤 '성공'을 바라보지 않고서 대부분의 유학생들에게 .. 더보기
나는 흑인들이 싫다!? 흑인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나는 흑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엉덩이 아래쪽에 이상하게 걸치는 헐렁한 바지에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도 싫고, 도대체 알아듣기 힘든 억양으로 하는 영어도 듣기 싫다. 한 무리의 흑인들이 번쩍번쩍 광을 낸 차에 우루루 타서, 쿵쿵 하는 베이스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이상한 손 모양을 하면서 고개를 흔들며 랩(rap)을 따라 하는 모습도 싫고, 자기들 끼리 만났을 때 Yo- 어쩌고 해 가면서 복잡하고 이상한 악수를 하는 모습도 싫다. 차를 타고 가다가 흑인들이 길거리에 주루루 서 있는 길을 지나면, 반사적으로 차 문을 잠그게 되고, 그저 그들과 눈길이 마주치는 것이 싫어진다. 컴컴한 골목길에서 어쩌다 흑인들을 만나면 얼른 그 자리를 피하거나 삥 돌아가기 일수이다. 그런데, 지.. 더보기
싼타마스!? 그리스마스?! 지난 주말, 결혼한지 4년만에 처음으로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갖게 되었다. 그동안 살고 있는 집이 워낙 좁아 트리를 놓을 자리도 없었고, 그리 비싼 것은 아니지만 트리를 장만할 경제적 여유도 없었을 뿐 아니라 결혼을 한지 1년만에 낳은 - 이제 세돌이 막 된 - 딸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도 예수님 생일을 축하하는 장식을 쉽게 집안에 들여놓기 어려웠던 터였다. 그러나 금년엔 이제는 조금씩 사리분별을 하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서도 예수님 생일을 더욱 드러나게 기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조그마한 인공 소나무 하나를 사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장식품들이 문제였다. 이제는 잠자리에 들기 전 눈을 꼭 감고 기도하는 훈련을 시작한 딸아이에게,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오신 것이 얼마나 기쁜.. 더보기
정직훈련 (팽동국) 이글은 2002년 1월 이코스타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kosta.ws/eKOSTA/200201/focus/focus02.htm 하나님은 '정직훈련'으로 나를 초대하시는데, 두 분의 신앙선배들을 사용하셨다. 그 당시 신학 대학원을 다니고 계셨던 한 전도사님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나는 이 '정직훈련'에 대한 첫 초청장을 받은 셈이다. 그 분이 한 대기업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예수님을 영접한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은 때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기도하던 중에 정직할 것에 대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자기가 얼마나 거짓말을 자주 하고 정직하지 못한지를 생각해 본 후에 말씀에 순종해서 살기로 작정을 했다. 즉, 다음날부터 어떤 상황에서든지,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건 간에, 거짓말을 한 바.. 더보기
유학생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국민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현재는 '초등학교'라 해야 맞는 표현이지만, 동민이가 어릴땐 '국민학교'였으므로 이 명칭을 그냥 쓰도록 한다.) 동민이는 하얀색 모시 한복을 입고 시민회관에 모인 많은 청중 앞에 섰다. '전국어린이 반공 웅변대회'에 출전한 것이었다. 어찌나 열심히 웅변을 했는지, 6.25 전쟁 당시 북괴군을 도운 소련을 성토할 때와 우리 자유대한을 도운 미군을 높일 때엔 눈물도 찔끔 났다. 많은 박수를 받은 동민이는 결국 최우수상을 받았고,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반공 어린이'로 칭찬을 받았다. 동민이는 작은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하루빨리 커서 북괴를 물리치고 빨리 우리 나라를 미국과 같은 잘사는 나라로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중고등학교 때에도 동민이는 유난히 미국에 많.. 더보기
내가 본 한국 교회, 내가 본 코스타 (우종학) *이 글은 코스타의 웹진인 이코스타(www.ekosta.org)에 2001년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내가 본 한국 교회, 내가 본 코스타 To generalize is to be an idiot. - William Blake 1.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 신병 교육대와 전투지 어 떤 분께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을때, 그것이 윤리의 문제이든, 문화의 문제이든, 가치의 문제이든, 그 문제에 대해 기독교적인 목소리를 낼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는(cf. 김연종 '흔들리는 한국 교회'). 나는 이것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반기독교적 흐름을 상대할 기독교적 파워가 없다는 게임의 논리에서도 그렇지만 '아군'.. 더보기
귀족 크리스천 인간의 사회는 어느 곳이 건 '계층'이 존재한다. 필연적으로 발생하지만 부정적이지 않은 부류의 계층도 있으나 그 계층의 존재 자체가 그 사회 혹은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더 흔한 경우인 것 같다. 성경은 이러한 계층의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로마서 13:1) 적극적으로 막힌 담을 헐어버릴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에베소서 2:14) 계층은 우리가 속한 지역 교회, 신앙 공동체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때로 이러한 계층은 교회의 건전한 성숙을 이루는 좋은 프레임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친다. 그러나 교회 혹은 신앙 공동체에서 특정 '계층'을 이룬 사람들이 성경적 공동체를 이루는데 큰 제약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게.. 더보기
자격시험(Qualifying Exam)에 실패한 후배에게 사랑하는 성철아, 지난 박사과정 자격시험에서 네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는 하나님 안에서 매우 성실한 사람이고 또 열심히 준비했으므로 별 문제 없이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 불합격소식은 내게도 무척 충격적인 것이었다. 글쎄, 내 짧은 편지가 네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나름대로 너의 이번 실패를 두고 생각하는 것들을 좀 나누어 볼게. 나 도 미국에 '푸른 꿈'을 가지고 와서 (요즈음엔 이걸 비전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정말 열심히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단다. 비교적 적응도 잘 되어가는 듯 했고 수업도 그럭 저럭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에 그저 별 문제가 없으면 사오년 안에 학위를 따고 날개를 활짝 펴고 날 수 있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