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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MIT를 용서하다 (final) 내가 쓴 이 글이... 그저 한 패배자의 글로 비추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결국 꽤 괜찮은 연구결과를 내며 졸업을 했고, 이제는 꽤 괜찮은 직장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MIT를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내게 가져다준 보상이 결코 아니다. MIT가 내게 준 선물은, 그 과정이 가져다준 열매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발견하게 하시고 나를 인도하시고 나를 품으셨던 하나님이었다. 숲에서 나와 숲을 보는 것 같이... 이미 5년전 졸업을 한 그 학교에 다시 가서... 그토록 고통스러워했던 나를 다시 보며... 이전에 그렇게 선명하게 보지 못했던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었다. 66동 지하 계단에서 울며 기도할때, 학생회관 컴퓨터실에서 거의 패닉 상태로 정.. 더보기
MIT를 용서하다 (6) MIT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용서했다. 내가 MIT를 다시 걸으며... 경쟁 속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는 교수들, 학생들, postdoc들을 보았다. MIT가 영예를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하며 admission office의 설명회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았다. 내가 그렇게 마음 속에 두고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들... 교수들, 동료들, 선배와 후배들... 결국은 그 system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몸부림치던 동료 피해자들이었다. 관용과 사랑이 들어가야 할 자리를 남겨놓을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성취와 성공을 향해 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만들어 놓은 피해자들. 물론 어그러진 system 속에서 행하는 타인에대한 가혹함이... '나도 피해자다'라는 말 만으로 용서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더보기
MIT를 용서하다 (5) 나는 내가 MIT에 있는 동안, 내 능력에 비해 내가 저평가받는다는 사실이 무척 억울했다. 영어때문에 저평가 받는 것이 억울했고, 나를 인정해서 믿고 밀어주는 지도교수가 없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그래서 나는 늘 인정받는 것에 목이 말랐다. 나보다 못한 연구 결과를 가지고 포장을 잘 해서 '뜨는' 사람들을 보면서 경멸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있었던 열등감과 질투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간 저렇게 떠서 앙갚음을 하리라는 독기로 가득차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참으로 감사하게도... 졸업을 1년 반정도 앞둔 시기에, 하나님께서 내 눈을 열어 그렇게 많이 망가져 있는 나를 보게 하셨다. 아침 QT 시간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집요하게 말씀하시는 것에 나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더보기
MIT를 용서하다 (4) 많이 지치고 힘들면, 나는 게으름이라는 함정에 종종 빠지곤 하였다. 지도교수와의 문제가 힘들때, 그 문제에 정면으로 맞설 용기가 없어... 그저 나만의 동굴에 숨으려 한 일이 많았다. Game 중독에 빠지기도 하였고, 하루에 large coffee를 4-5잔씩 마시다가 위염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렇게 있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해서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다리에 힘이 빠져 그저 주저앉아 있던 때가 많았다. 게으름은, 내가 내 부족함으로부터 피해 숨는 나만의 동굴이었다. 내가 그 게으름의 극에 이르렀을때 내가 살았던 아파트에 가 보았다. 다소 촌스러운 색의 페인트로 단장을 해서, 내가 살고 있던 시절의 모습과는 꽤 달라 보였다. 그 앞에서... 그 게으름의 늪에서 허덕이는 나를 다시 보.. 더보기
MIT를 용서하다 (3) 나에 대하여 좀 더 잘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지만, 나는 대학원 생활이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잠깐 거친 지도교수를 포함해서.. 내가 석박사과정을 통틀어 내 지도교수로 있었던 사람은 총... 7명이었다. 그중 MIT에서 총 5명의 지도교수가 있었다. 처음 입학한 후 7-8개월이 지나서... 처음 함께 일하기로 했던 교수가 있었다. 이분과 일하기로 이야기가 대충 되었고, 이제는 지도교수도 잡았으니 열심히 해서 졸업하면 되겠구나 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었는데... 이분이 갑자기 나를 뽑기 어렵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내가 아닌 나보다 늦게 그 교수를 찾아간 다른 학생을 내 대신 뽑은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여러 교수들을 만났고... 어렵게 한 교수와 연결이 되었다.. 더보기
MIT를 용서하다 (2) 나는 참 영어를 못했다. 지금 내 영어가 매우 뛰어나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정말 나는 영어를 잘 못했다.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다 마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늘 핑게를 대곤 했지만, 결국 학교다닐 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내 불성실함이 문제였다. 영어를 잘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MIT에 있는 동안 늘 기가 죽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졸업하기 전에는 그런대로 영어를 잘 하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기가죽었던 나는 졸업할때까지 처음 기죽었던 것을 다 회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 영어가 부족하다고 유난히 많이 구박하고 윽박질렀던 내 이전 지도교수의 실험실 앞을 지나가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학교에 아직 다니고 있을 때에는 그 지도교수가 소리를 지르던 모습이 악몽과 같이 남아 있어서 그 앞.. 더보기
MIT를 용서하다 (1) 지난 주에 있었던 학회가 목요일 오전이 지나고 나니 관심분야의 발표가 거의 다 끝났다. 목요일 오후와 금요일의 시간이 완전히 남아서, 나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보스턴에서 살았던 일들을 되새기며 이곳 저곳을 다녀보기로 결정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다소 즉흥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 다니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 응어리져 있던 몇가지를 해결하는 큰 소득을 얻었다. 전혀 뜻하지 않게 내 박사과정 지도교수를 만나기도 했고, 내가 살았던 기숙사 건물, 처음 신혼생활을 보냈던 낡은 집, 민우가 처음 태어났던 허름한 아파트, qualifying 시험을 치루었던 교실, 성경공부를 했던 장소, 나만의 secret QT place..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