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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각, 짧은 글

우리 lab director와의 대화

내가 처음 hp에 '입사'했을때,
나름대로 하나님께 약속했던 것이 있었다.

절대로, 승진이나 출세를 염두에 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특히 꼼수를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뜻과 반해서 윗 사람 비위를 맞추는 일이라던가, 남을 깎아 내리고 내가 높아지는 것이라던가, 정직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등을 포함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보면 꽤 좌충우돌 했던 것 같다. ^^

승진에 별로 뜻이 없으니... 상사에게 대드는 일도 많이 했고,
뜬금없이 상사에게 충고를 하는 어줍잖은 일을 하기도 했었다.
남을 깎아 내리고 자기를 높이려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과 공개적으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견제를 하기도 했고,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을 보면, 가서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기도 했다.
(언제 한번은, 한 사람과 목청을 높이며 싸우고 있으니까, 우리 매니저가 와서 무마해준 일도 있었다.)
전략적으로 어떤 사람과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한번도 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거나 내 일을 선전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한편, 정말 최선을 다해서 모든 이들에게 최상의 것을 대해주려고 노력을 했고,
(늘 잘했던 것은 아니지만, 늘 아주 많이 노력했다는 것은 꽤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돕는 일이라던가, 격려가 필요한 사람을 격려하는 것도... 오지랖 넓게 했었다.
무례하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고, 모든이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고 많이 애썼다.
내 성취보다 우리 그룹의 성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우리 팀의 성취를 위해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이든 하겠다고 마음먹고 달려들었었다. (덕분에 내가 하는 일중에 많은 부분은, 땜빵, 허드렛일, 단순노동 등이었다.)

오늘, 우리 lab director와 꽤 긴 시간 함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어찌보면 참 버릇없는 망나니같은 부하직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듯 한데...
참 고맙게도 내가 한 일과 내 자세등을 많이 appreciate 해 주었다.
최상급의 표현을 써가면서 나에 대한 감사를 표해주었다.

처음엔 좀 듣기 어색하고 거북하기도 했지만,
나 같이 다루기 쉽지 않았을 부하직원을 appreciate해주는 우리 lab director가 참 고마웠다.

나도, 그에게... 참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찌보면, 상당히 사무적이고 형식적일 수 있는... '연말 리뷰'의 시간이었는데,
참 서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