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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긴 글

세살 반 딸래미와의 대화

민우 : 아빠, 민우 지금 자전거 타고 싶어요

아빠 : 민우야, 지금은 밖에 비가와서 자전거를 타러 나갈 수 없어요?

민우 : 어, 왜요?

아빠 : 비가올때 민우가 자전거 타러 나가면 민우 옷이랑 머리랑 자전거랑 다 물에 젖어 척척해 지잖아.

민우 : 어, 왜 비가와?

아빠 : 음... 그건, 하늘의 구름에서 물들이 뭉쳐서 땅으로 내려오는 거예요.

민우 : 어, 왜요?

아빠 : 만일 비가 땅에 오지 않으면, 나무들도 다 목말라 하고, 민우도 먹을 물도 없고 그렇게 되잖아.

민우 : 어, 왜요?

아빠 : 음... 그건 나무랑 사람들이랑 민우랑 다 물을 마셔야 살 수 있거든

민우 : 어, 왜요?

아빠 : 그런 나무랑 사람들이랑 민우랑 다 살아가는데 물이 필요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그래요.

민우 : 어 왜요?

아빠 :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드셨어요.

민우 : 어 왜요?

아빠 : ...

민우 : 아빠, 왜 그래요? 응?

아빠 : ....

민우 : 아빠아~ 왜 그래요?

아빠 :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며) 민우야 그럼 아빠가 민우 아이스크림 줄까?

민우 : (까맣게 잊고) 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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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교훈

1. 최종 근원을 '하나님'이라고 그냥 말해버리는 것이 옳은 것이긴 하지만, 일종의 논리적 도피일수도 있다.

2. 그러나 최종 근원이 '하나님' 이라는 것도 일종의 '전제'이다. 마지막에 "그냥 자연이 그런거야" 라는 자연주의적 대답을 한다고 해도 대화 흐름의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는 것이긴 하지만.)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세계관의 기초 전제를 '하나님'으로 이야기하면서 언젠가 내 사랑스러운 딸이 스스로를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을 소망하는 것은 아빠로서 해야할 의무이다.

4. 세살 반짜리에게 과학과 신앙의 통합은 어려운 주제이다. 아이스크림이 훨씬 더 attractive 한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