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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긴 글

MIT를 용서하다 (3)

나에 대하여 좀 더 잘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지만,
나는 대학원 생활이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잠깐 거친 지도교수를 포함해서..
내가 석박사과정을 통틀어 내 지도교수로 있었던 사람은 총... 7명이었다.
그중 MIT에서 총 5명의 지도교수가 있었다.

처음 입학한 후 7-8개월이 지나서... 처음 함께 일하기로 했던 교수가 있었다.
이분과 일하기로 이야기가 대충 되었고, 이제는 지도교수도 잡았으니 열심히 해서 졸업하면 되겠구나 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었는데... 이분이 갑자기 나를 뽑기 어렵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내가 아닌 나보다 늦게 그 교수를 찾아간 다른 학생을 내 대신 뽑은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여러 교수들을 만났고...
어렵게 한 교수와 연결이 되었다.
이 교수는 지금 현재 자기에게 fund가 없지만 3명의 교수가 함께 하는 project에서 fund를 따려고 하니까 3명의 지도교수와 일을 함께 해 보자고 하였다. 그리고 그 project를 따오는 PI (프로젝트 대빵)이 공식적인 내 지도교수가 되었고 처음 접촉했던 교수를 비롯해서 2명이 공동지도교수가 되었다. 그룹미팅만 한주에 3개나 참석했고... 정말 열심히 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실험에 매달렸고.

그런데,
결국은 그 project가 돈을 따는데 실패했다. (아니면 그 교수가.. 내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식으로 나를 짜른 걸까.) 정말 열심히 했는데... 다시한번 나는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었다.

이번엔, 박사과정 oral exam도 볼 기회도 잃어버리게 되었고 나는 석사과정 학생이 되었다.

절망과 좌절 끝에... 그리고 엄청나게 이메일을 돌리면서 알아본 끝에...
한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이분이 내 최종 지도교수가 되었다.
그 교수와 함께 석사논문을 쓰고 (입학한 후 4년만에 두번째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시 그 후에 박사논문을 4년 반에 걸쳐서 썼다. (입학한 후, 5명의 지도교수를 거치면서 연구 주제를 총 4번 바꾼 끝에, 석사학위 한개, 박사학위 한개를 8년 반만에 받았다.)

학생으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과 사무실에서는 이번학기까지 졸업을 못하는 이유를 써서 내라... 는 식의 협박성의 공문을 내게 매 학기 보내왔었다.
매 학기 그걸 받아들고 힘들어 했던 기억들...

지도교수를 잡지 못하며 힘들어 하던 어떤 여름,
MIT 졸업식장을 지나며... 과연 내가 저기에 설수는 있을까...
내가 폐인이 되지 않고 이 과정을 다 마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걸까...
그런 생각을 했던... 그 lobby에 한참을 서 있었다.

마치 MIT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이 느낄때,
아침에 울며 QT를 하고 나서는...
MIT는 나를 망가뜨리지 못해... MIT는 나를 어쩌지 못해... 나는 그래도 하나님의 자녀인데...
그렇게 마음속으로 고함을 질렀던 66동의 지하 계단에 한참을 앉아 있어 보았다.

그렇게 많이 좌절하고 낙망했던 시간들...
도대체 내 뜻대로 되는 거라곤 뭐 하나 없는 것 같이 느껴지던 시간들...

과연 그것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나?
학위도, 영예도, 명성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