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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각, 짧은 글

평가기준

지난주 학회에서 마지막 날 오후였다.
학회 막바지여서 지치기도 했고, 오후여서 나른하기도 했다.

거의 마지막 발표를 듣고 있었다. 발표는 한국의 어떤 기업에서 자신들이 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영어도 부자연스럽고, 발표하는 자세도 위축되어 있었고, 내용의 전개도 아주 지루하게 느껴졌었다.

나는 그저 이 발표만 넘기곤 이제 짐싸서 간다는 생각에 지루하게 앉아있었는데, 내 옆에 앉아 있었던 Carl은 이 발표를 열심히 듣는 것이다. 내게 자꾸만 자신이 모르는걸 물어보기도 하고, 혹시 저 사람이 이렇게 표현한건 무슨 뜻이냐며.. 소위 콩글리쉬 해석을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 발표를 다 듣고나서는.. What a great talk! 이라며 아주 감탄을 하였다.
실제 자기가 연구하는 내용을 솔직하게 보여주었다며, 기업에서 하는 발표치고 이렇게 훌륭한 발표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같은 한국사람인 나도 지루하게 듣고 있었던 그 발표를, Carl은 적절한 평가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며 appreciate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발표를 그저 그 발표의 포장을 가지고 평가하고 있었던 나와는 달리, 내용의 핵심을 찍어 낼 수 있는 통찰이 날카로왔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