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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긴 글

0일 0시 - play

0일, 0시

나오는 이 : 혁준,
혁준이의 아버지,
혁준이의 어머니.
우편 배달부 & 효과

때 : 0일 0시

무 대는 그리 크지 않은 소극장이 좋다. 무대 왼쪽은 혁준이의 기숙사 방, 무대 오른쪽은 혁준이 부모의 집이다. 각각의 집에는 전화가 하나씩 놓여 있다.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으로 하고, 특히, 양쪽 전화 근처에만 조명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러한 모든 소품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냥 있는 시늉만 내어도 좋다. 효과음도 사람 입으로 낼 수 있다.
처음, 무대는 무척 어둡다. 차츰 무대 밝아지면 무대 왼쪽에서 혁준, 등장한다.

혁 준 : (시계를 보며 무대로 걸어 나온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부모님께 전화드릴 시간이네. 잠깐, 전화하기 전에 준비부터 해야지.
(주머니에서 전화할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를 꺼낸다) 옳지, 여기 있구나. 자, 번호가... (다이얼을 돌린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 소리 부모님 집쪽에서 난다. 무대 오른쪽 차차 밝아 지며 부모님 등장한다. 어머니, 전화를 받고 아버지 곁에 선다.

어머니 : (수화기를 들며) 여보세요.
혁 준 : (종이에 쓰여 있는 다음과 같은 말을 억양도 없고 감정도 없이 읽는다)
‘잠들기 전에 내가 당신을 부릅니다.
언제나 건강 하시길 비오며
내가 만일 오늘 밤 잠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면
나를 슬퍼해 주십시오, 나를 위하여’
어머니 : (반가운 듯) 얘, 혁준이구나.
혁 준 : (전화를 귾고,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어머니 : 얘, 얘... 여보세요? (실망하여 전화를 끊는다)
아버지 : 혁준이가 뭐래?
어머니 : 모르겠어요.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더니 그냥 전화를 끊어 버리네요.
아버지 : 그래? 참 이상하네...

아버지, 어머니 퇴장. 무대 암전
다시 무대 왼쪽 밝아지면 혁준이 등장

혁 준 : 오늘도 벌써 전화할 시간이네
(다이얼을 돌리며) 이 전화 받으면 부모님이 기뻐 하시겠지.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 소리 부모님 집쪽에서 난다. 무대 오른쪽 차차 밝아 지며 부모님 등장한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 : (수화기를 들며) 아, 여보세요.
혁 준 : (처음과 같은 식으로 전화 대화문을 읽는다)
‘잠들기 전에 내가 당신을 부릅니다.
언제나 건강 하시길 비오며
내가 만일 오늘 밤 잠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면
나를 슬퍼해 주십시오, 나를 위하여’
아버지 : (반가와서) 얘, 혁준이구나. 잠깐만 기다려라.
(뒤를 돌아보며) 여보, 혁준이 한테서 전화 왔어.
혁 준 : (전화 끊고 퇴장한다)
어머니 : (달려 나오며) 그래요? 뭐래요?
아버지 : 글쎄, 지금 막 왔어.
(수화기를 다시 들며) 얘, 혁준아.

뚜- 뚜- 뚜- 하는 소리

아버지 : 얘, 얘? 혁준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수화기를 놓는다) 이상하네.
어머니 : 혁준이가 뭐래요?
아버지 : 몰라.
어머니 : 네?
아버지 : 그냥 끊었어.
어머니 : 지난번 같이 혼자서만 중얼거렸나요?
아버지 : 그래, 혼자서만 중얼 거렸어. 이상하네...
어머니 : 글쎄요...

아버지, 어머니, 퇴장하고 무대는 다시 암전.
무대 다시 밝아지면 혁준, 등장.

혁 준 : 오늘도 전화를 해야지. (전화 다이얼을 돌린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 소리 부모님 집쪽에서 난다. 무대 오른쪽 차차 밝아 지며 부모님 등장한다. 어머니, 전화를 받고 아버지 곁에 선다.

어머니 : (수화기를 들며) 여보세요?
혁 준 : (노래를 흥얼거리며 있다가 어머니가 전화를 받자 갑자기 표정과 말투가 굳어진다)
‘잠들기 전에 내가 당신을 부릅니다.
언제나 건강 하시길 비오며
내가 만일 오늘 밤 잠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면
나를 슬퍼해 주십시오, 나를 위하여’
어머니 : (이번에는 혁준이가 전화 내용을 읽고 있는 도중에도 막 부른다)
얘, 혁준아. 혁준아. 잠깐만 혁준아.
혁 준 : (일방적으로 전화를 끝낸 뒤 퇴장)
어머니 : (아버지를 보며) 또 그 전화예요.
아버지 : 거참...
어머니 : (갑자기 생각난 듯) 그래, 우리 그렇게 합시다.
아버지 : 어떻게?
어머니 : 혁준이에게 편지를 쓰는 거예요. 우리와 이야기를 하자고.
아버지 : 그거 좋은 생각인데. 지금 씁시다.
아버지 : (종이에 쓰는 시늉하며) 사랑하는 아들 혁준아
어머니 : (역시 종이에 쓰는 시늉하며) 우리는 너의 사정이 어떤지 알고 싶구나.
아버지, 어머니 : (약간 큰 소리로) 제발, 우리와 이야기를 좀 하자!
아버지 : 아버지,
어머니 : 어머니가 씀.
아버지 : (편지를 접어서 봉투에 넣는다. 이때 우편 배달부 등장한다)
배달부 : (아버지로 부터 편지를 받아서 혁준이네 집까지 배달해 준다)
(무대를 2바퀴 정도 돌며 자전거 타는 시늉을 한다) 따르릉, 따르릉...
(혁준이에게 도착해서 편지를 전해준다) 편지요!
(무대 밖으로 퇴장)
혁 준 : (편지를 뜯어 읽어 보고) 이 편지는 내 성실한 전화 내용을 흩어 놓을지도 몰라. 그냥 내가 하던 대로 전화를 해야지.
(다시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건다)

따르릉 소리.

어머니 : 혁준이 전화 인가봐.
아버지 : 받아봐요.
어머지 : (전화를 받으며) 여보세요.
혁 준 : (이번에는 전화 대화문을 보지 않고 외워서 한다)
잠들기 전에 내가 당신을 부릅니다.
언제나 건강 하시길 비오며
내가 만일 오늘 밤 ...
어머니 : 얘, 혁준아, 우리는 너의 사정을 알고 싶구나. 제발, 우리와 이야기를 좀 하자!
혁 준 : 내가 만일 오늘 밤, 내가 만일 오늘 밤, 오늘 밤, 오늘 밤...
(잠시 머뭇거리다가)... 에이,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는 바람에 까먹었잖아.
아버지 : (어머니가 들고 있는 전화를 뺏어 들고) 얘, 혁준아, 혁준아.
혁 준 : 오늘밤, 오늘밤,... 에이 모르겠다.
(전화를 끊는다) 에이, 오늘 전화는 망쳤네. (퇴장)
아버지 : (관객을 보며) 참말로 안된 일이예요!
우리 혁준이는 전화를 할 때 꼭 하나님에게 기도하듯이 한단 말이예요...
암전...


@ 원래 이 글은 제가 어떤 책에서 읽은 것을 가지고 만든 것인데 그 원작자가 기억이 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