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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각, 짧은 글

촉촉하지 못한 기행문

민우가 지난 4년동안, spring break을 한번도 아빠와 보낸적이 없었다.
그래서 작년 spring break때 민우와 약속을 했었다.
내년 spring break에는 무슨수가 있어도 꼭 아빠가 민우와 함께 놀겠다고.

그래서,
작정을 하고... 민우와 이번주에 많이 놀기로 했다.
비록 full week을 다 놀지는 못하지만.

안모 간사님의 강력한 협박에 가까운 강압에 못이겨...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Yosemite에 다녀왔다.

여러가지가 참 기가막힌 여행이었다.
우리가 도착하기 몇시간전까지 Yosemite에 눈이 내렸다.
우리는 오후 3시경에 도착했는데...
그야말로 Yosemite 전체가 절.경. 그 자체였다.

아직 구름이 흩어져 있는 하늘에 밝게 빛나는 태양,
그 아래 반짝이는 눈 덮인 Yosemite는 정말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각 폭포마다 물이 쏟아져 내리고, 이미 봄꽃이 피어 있는 위에 내린 눈은 기가막힌 모습을 만들어 냈다.

야생 동물들도 볼 수 있었는데,
Cayote 한마리는 우리가 탄 차로부터 불과 몇미터 앞까지 다가오기도 하였다.

오죽해야 내 아내는...
내가 경치를 보면서 이렇게 감탄하는 것을 처음 본다고 하였다.

비록 trail에 눈이 덮여있어, 안모 간사님이 강력하게 추천하신 trail을 제대로 가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감탄에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름대로 그렇게 '촉촉함'을 누리는 와중에도...
내 머리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이렇게 경치가 아름다운데도....
내게는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네.
세상에 거슬러 살아가는 당당한 그런 사람들 모습.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가 행여나 망가지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나는 사람이 망가지는 것이 훨씬 더 가슴이 아프네.
아름다운 창조질서를 잃어버린 사람의 모습.

허..참...
뭔가 좀 경치나 잘 감상할 것이지...
그 경치를 감상하는 와중에...
그 운치를 깨뜨리는 생각들은 또 뭐람.

지금쯤 와선,
거의 촉촉해짐을 포기하는 지경이 이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