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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2 명절과 어머니 (8)
 

명절과 어머니

긴 생각, 짧은 글 | 2011.02.02 06:00 | Posted by 목수의 졸개 woodykos
우리 아버지쪽 가계는 매우 전통적이다.
소위 '낙대'를 한적이 없다는 것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고...
(낙대를 한적이 없다는 말은, 선조로부터 서자가 한번도 끼지 않았다는 뜻인데, 그런 가계가 사실 그리 흔하지 않다고 한다.)
전통적 가치를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인 계열의 제사상 차리기와 서인 계열의 제사상 차리기의 차이를 논하는 것을 듣기도 했고...
내 어릴적 자장가는 소학이었다는 전설(?)을 전해 듣는다.

그런 집안에 우리 어머니께서 시집오셨다. 혈혈단신 그리스도인으로.

소위 4대봉사 (4대조까지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함)를 하는 집안에서...
그리스도인 며느리로서 제사때마다 명절때마다 제사상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물론 육체적으로도 힘드셨겠지만, 정신적으로 당하셨을 어려움은 내가 다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 아버지께서 봉사손(제사를 지내야하는 맏아들, 그 맏아들인 나도 사실은 봉사손이다.-.-;)이시므로 어머니의 부담은 더 심하셨다. 그렇게 4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해오시면서, 집안 어른들로부터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모멸과 수모를 당하시기도 하셨고...

아직도 우리 집에는 명절이면 수십명의 가족(extended family)가 다녀간다.
특히 우리 아버지께서 꽤 넓은 범위의 extended family 중 최고 어른이시기 때문에...

내 어머니도 이제 "칠순 노인" 이신데...
그 많은 손님을 치루어 내시며, 그리고 그 차례상, 제사상을 아직도 차리시면서...
그렇게 고생을 하신다. 아들 둘이 모두 해외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 모든 부담이 다 어머니의 몫이다.

한번 명절이 지나고 나면, 손발이 모두 퉁퉁 부어 며칠씩 고생을 하시고,
그야말로 거의 일주일 정도는 몸져 누우시는 일을 매년 반복하신다.

그렇게 하시면서 어머니의 일관된 말씀은 이것이다.
"이 제사를 내 대(代)에서 끝내겠다. 너희 대까지 넘기지 않겠다"

명절때면 그렇게 "영적싸움"을 하고 계시는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저 그 어머니의 희생을 멀리서 누리고만 있는 내 모습이 매년 한없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그 어머니의 그 희생과 눈물과 기도로, 삼남매는 모두 그 어머니의 신앙을 물려받아 헌신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만일....
perseverance 라는 단어의 뜻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통해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일....
감히 내가 믿는 신앙의 그 어떤 열매를 내 삶에서 맺었다면...
내 어머니께서 후에 천국에서 받으실 칭찬의 몫이 적어도 그중 절반은 된다고 할 것이다.

내가 만일....
내 다음 세대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신앙의 생명을 갖게 되었다면...
이번 설에도 하나님 사랑과 자녀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그 부담을 온 몸으로 짊어지고 계신 어머니의 모범 때문일 것이다.

올해 설에도...
힘드실 어머니를 생각하며....
40이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철없는 큰아들은...
마음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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