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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각, 짧은 글

HP가 hardware를 버리다

지난 목요일,
HP가, PC, tablet, mobile 등의 사업을 모두 접는다고 발표했다.

뭐 회사가 개별적인 결정을 내리는 거야 그 회사의 자유이지만,
몇가지 심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우선,
PSG (Personal Systems Group)을 spin-out 혹은 매각하겠다고 한다면,
구체적인 plan이 나오기 전에 왜 먼저 발표를 했을까?
사실 이렇게 해서 아예 공개매물로 내놓으면서 팔아보겠다는 속셈일까?

그리고,
webOS로 만든 tablet을 launching한지 정말 몇주 안되었는데,
그것을 접겠다고 이야기한 것을 보면...
이미 이것을 접기로 결정을 하고 launching을 한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다면 그것을 산 customer는 뭐가 되는가.
이것은 소비자들을 기만한..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회사에서...
적어도 직원들은 이 발표로 사기가 말이 아니다.
나보고.. 'Aren't you glad that you're not a HP employee?"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 팀이 하고 있는 일도,
아마 이번 hp의 결정으로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

이래저래,
hp에 대한 애정이랄까... 그런 것은 점점 없어져만 간다.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product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자부심,
끊임없이 innovation을 해가면서 frontline에 선다는 당당함,
business를 하면서 integrity를 지킨다는 정신...
소위 "hp way" 라는 자부심 가득한 spirit이, 이제는 정말 끝난 것 같다.

이런것들이 모두 다.... hp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많이 안타깝기도 하고. 

youtube에는 이런 비디오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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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요... ^^
저는 Phicot 이라는 회사 소속으로 hp의 직원이 아닙니다.
hp 연구소 안에서 일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식 표현으로 하면 '사내벤처'인 것입니다.
물론 hp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전략적 전환이, 제게도 큰 impact가 있긴 합니다만,
job security가 당장 불안해 진다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목표는,
hp가 hardward research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 전에,
회사가 제 궤도에 올라가도록 만들어서,
hp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사실 몇년전부터 hp가 궁극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은 해 왔습니다.
다만 그 시점이 생각보다 다소 더 빨리 왔을 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