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읽었던 책들을 보며
이번에 한국 출장중에, 주말에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었다. 한쪽 방에 잔뜩 쌓여있는 책들을 뒤지던중, 내가 막 복음에 눈을 뜨던 시절, 정말 그야말로 미친듯이 책을 사서 읽던 시절에 보았던 책들이 아직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제와서 그 책들을 보면, 밸런스가 깨진 것도 있었고, 유치한 것도 있었고, 심지어는 읽지 않는 것이 좋을만한 책도 있었는데... 그러나 그 책들을 읽으며, 그리고 성경 말씀 연구를 나름대로 어설프게 해가며, 얼마나 흥분하고 기뻤었던가... 20년전의 내 모습이 그 책들에 담겨 있었다. 이젠 책을 읽으며, 그 책이 어떤 사상의 흐름 속에 있는가 하는 것을 먼저 보게 되고, 그 책을 비판하는 일부터 먼저 하게 되지만, 20년전에는, 그야말로 '아무 책이나' 읽으면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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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를 담은 찬송
내가 좋아하던 예전 찬송가 150장(새 찬송가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을 혼자 기타를 치며 집에서 부르다가,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가보니, 바로 그 찬송을 함께 불렀다. 워낙 한국말로 부르는 찬송이 익숙해서인지, 원곡은 분명 영어일텐데도, 영어로 부르니까 약간 '맛'이 덜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참 마음을 담아 찬송을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여러 부활절 찬송을 부르면서 그 가사들을 생각해보니, 정말 깊은 '교리'를 담은 찬송들이었다. 예수의 부활이 어떻게 소망이 되는지, 예수의 죽음은 어떤 의미인지, 그 소망은 우리 삶 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우리는 무엇일 기대할 수 있는지 등등.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 만들어진 찬양곡들은 그런 곡을 찾아보기 참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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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 묵상 - 토요일
토요일 무덤에 계심 (마태복음 27:62-66) 고난주간에서, 토요일은, 늘 애매하다. 금요일까지는 묵상하고 금식을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고난을 묵상하기도 하지만, 토요일이 되면, 아직 부활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금요일의 장엄함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한편 지치기도 하고, 한편 지루하기도 하고, 한편 어색하기도 하다. 지난주일, 교회에서 들었던 주일 예배 설교는 이런 어색함을 싸악~ 씻어주는 것이었다. 정말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아직 토요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아직은 부활의 감격이 완성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금요일의 고통이 잊혀지지도 않은. 그렇지만, 우리의 identity는.... '토요일의 사람들'이 아니라, '일요일의 사람들' 이다. 부활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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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 묵상 - 금요일
금요일공회에서의 심문, 빌라도의 심문 (마태복음 26:50-27:31, 마가복음 14:53-15:20, 누가복음 23:1-23:25, 요한복음 18:12-29)십자가에서 돌아가심, 장사됨 (마태복음 27:32-27:62, 마가복음 15:21-15:47, 누가복음 23:26-56, 요한복음 19:16-19:42)가상칠언1.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누가복음 23:34)2.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누가복음 23:43)3.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자,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요한복음 19:26-27)4.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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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 묵상 - 목요일
목요일 최후의 만찬, 제자들의 발을 씻기심, 베드로의 부인을 예언하심, 다락방 설교, 대제사장의 기도 (마태복음 26:17-35, 마가복음 14:12-31, 누가복음 22:7-38, 요한복음 13:1-17:26)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 잡히심 (마태복음 26:30-50, 마가복음 14:26-52, 누가복음 22장 39-53절, 요한복음 18:1-11) 이제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시간을 보내시면서, 그리고 그들을 아버지 하나님의 손에 맡기면서, 예수께서 마음 속에 가지신 간절함이, 목요일에 있었던 일들을 기술한 복음서의 본문에 잘 드러난다. 특히, 요한복음에 나오는 다락방 설교에 이은 대제사장의 기도는, 언제 읽어보더라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은, 예수께서는, 자신이 부활할 것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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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 묵상 - 화요일
화요일 무화과 나무가 마름 (마태복음 21:20-22, 마가복음 11:20-25) 예수의 권위에 대한 질문, 경고 (마태복음 21:23-22:14, 마가복음 11:19-12:12, 누가복음 20:1-8, 12:1-12) 바리새인과 논쟁, 바리새인 책망 (마태복음 22:15-23:39, 마가복음 12:13-44, 누가복음 20:26-21:4) 밀알의 비유 (요한복음 12:20-36) 유대인의 배척, 예루살렘의 멸망 예언 (마태복음 24:1-14, 마가복음 13장, 누가복음 21:5-38, 요한복음 12:39-50) They don't get it! They simply don't get it! 도대체, 사람들은 예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종교지도자들은 더더욱 그랬다. 어릴때엔, 그저 '신흥 종교'의 새로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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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 묵상 - 월요일
월요일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심, 성전을 청결하게 하심 (마태복음 21:12-19, 마가복음 11:12-19, 누가복음 19:45-48) 최근 갈라디아서를 공부하면서, 갈라디아서에서 경계하고 있는 율법주의가, 자기중심성이 아니라 폐쇄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로 인해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아직도 이전 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매우 강력한 언어로 경계의 메시지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예수께서 월요일에 성전 청결을 하시면서,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이방인의 뜰 이라고 불리우는 곳에, 종교권력과 결탁한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유대인 뿐 아니라 만민이, 정말 모든 민족이 기도하는 집이 되어야 하는 곳에서, 자기들만의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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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은혜
살다보면, 무한정 쏟아져들어오는 하나님의 은혜가, 나라는 파이프를 통해서 흘러나가도록 되어 있는데... 내 파이프가 막혀있어, 그것이 제대로 나가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때로는 그 은혜를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발견하여 제거할 수 있기도 하고, 때로는 그 은혜를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기는 하지만, 제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지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그 절망감 속에, 가난한 마음이 되어, 내 힘으로 그것이 제거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면, 두배, 세배 이상 큰 은혜가 다시 밀고 들어와... 그 막힌 것이 순전히 은혜로 뚫려지는 경험을 하게되기도 한다. 어떤의미에서, 바로 그런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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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an Ideal Life
세상이, 하나님의 선한 창조질서로부터 벗어나 어그러져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내 삶의 영역에서도 그것을 인정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세상의 어그러짐은 그래도 둔채, 내 삶의 영역에 한해서만 "justice"를 추구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늘 내게 공평하지 못하고, 왜 내게 이런일이 라는 말이 입에서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망가진 세상 속에서 살면서 그 망가진 세상의 일부를, 내 삶으로 embrace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선하심(goodness)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닌가 싶다. 너무 쉽게 내 삶의 영역의 어그러진 부분을 곧게 펴보려는 시도는, 그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그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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